심장은 왜 쿵쾅거릴까?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가슴에서 "쿵, 쿵" 하는 느낌이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더 빠르게 뛰고, 놀라거나 긴장하면 갑자기 심장이 세게 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가끔 자기 가슴에 손을 대고 묻습니다.
"엄마, 심장은 왜 계속 뛰어?"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자는 동안에도 심장을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명령하지 않습니다. "심장아, 이제 한 번 뛰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심장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심장은 무엇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걸까요? 심장은 왜 스스로 계속 뛰는 걸까요?
지난 글들에서는 혈액이 왜 빨간색인지와 상처가 났을 때 피가 어떻게 멈추는지를 살펴봤습니다.
→ 상처가 나면 왜 피가 나고 결국 멈출까? 우리 몸의 지혈 원리 → 피는 왜 빨간색일까?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에 숨은 비밀
이번엔 그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장은 무슨 일을 할까?
심장은 우리 몸의 순환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심장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마다 혈액이 심장을 드나들고, 혈액은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이동합니다. 혈액은 몸의 조직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조직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등을 다시 운반합니다. 그래서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건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심장은 어떻게 이렇게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을까요?

심장은 우리가 명령하지 않아도 움직입니다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땐 내가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장은 다릅니다.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도 심장은 계속 뛰고 있습니다.
심장에는 스스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수한 세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가 심장 근육에 전달되면 심장 근육이 수축하고, 이어서 이완합니다. 바로 이 반복이 우리가 느끼는 심장 박동입니다.
전기 신호 → 심장근육 수축 → 혈액을 내보냄 → 이완 → 다시 전기 신호
심장 박동을 시작하는 곳, 동방결절
심장에는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동방결절(SA node, sinoatrial node)**입니다.
동방결절은 심장의 오른쪽 위 심방에 위치하며, 정상적인 심장 박동의 주된 박동조율자(pacemaker) 역할을 합니다. 이곳의 특수한 세포들은 외부에서 매번 명령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전기적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동방결절은 심장이 박동을 시작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자연적인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심장 박동을 하나씩 명령하지 않아도 심장은 계속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기 신호는 심장 전체로 퍼집니다
동방결절에서 만들어진 전기 신호는 먼저 심방으로 퍼집니다. 그러면 심방이 수축하면서 심방에 있던 혈액을 심실 쪽으로 밀어줍니다.
그다음 전기 신호는 **방실결절(AV node, atrioventricular node)**로 전달됩니다. 방실결절에서는 신호가 잠시 느려지는 시간이 생깁니다. 이 짧은 지연은 심방이 먼저 혈액을 심실로 보내고, 심실이 혈액으로 어느 정도 채워질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후 전기 신호는 **히스다발(bundle of His)**과 **푸르키네 섬유(Purkinje fibers)**를 거쳐 심실 전체로 빠르게 퍼지고, 심실 근육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심장 밖으로 내보냅니다.
동방결절 → 심방 → 방실결절(지연) → 히스다발·푸르키네 섬유 → 심실

그렇다면 '쿵쾅'은 무엇일까?
우리는 심장 박동을 흔히 "쿵쾅, 쿵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리는 심장근육 자체가 내는 소리라기보다, 심장 판막이 닫히면서 발생하는 소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심장에는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여러 판막이 있습니다. 심장 안에서는 혈액이 심방 → 심실 → 혈관 방향으로 흐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심방과 심실 사이의 판막이 닫히면서 첫 번째 심장음인 S1이 발생하고, 심실에서 혈액이 나간 뒤 대동맥판막과 폐동맥판막이 닫히면서 두 번째 심장음인 S2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청진기로 들으면 흔히 **"럽-덥(lub-DUB)"**처럼 들립니다.
심장은 한 번 수축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심장은 계속해서 수축 → 이완 → 수축 → 이완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심장 주기(cardiac cycle)**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심방과 심실이 혈액으로 채워지고, 심방이 수축하면서 심실로 혈액을 조금 더 밀어 넣습니다. 그다음 심실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폐와 온몸으로 내보냅니다. 이후 심실이 이완하면 다시 혈액이 심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다음 박동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심장이 "한 번 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받아들이고 → 내보내고 →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심장은 왜 운동할 때 더 빨리 뛸까?
평소엔 비교적 느리게 뛰던 심장이 달리거나 운동을 하면 갑자기 빨라집니다. 운동할 때 몸이 평소보다 더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하고, 그에 맞춰 심장도 혈액을 더 빠르게 순환시켜야 합니다.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데는 자율신경계와 여러 호르몬의 영향도 작용합니다. 스트레스나 불안, 운동, 발열 등의 상황에서도 심장 박동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한다 → 몸의 산소·혈액 요구량이 증가한다 →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심장은 쉬지 않아도 괜찮을까?
"하루 종일 뛰는데 심장도 피곤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입니다.
심장도 물론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심장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도 혈액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계속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심장근육 자체에도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있습니다. 이 혈관을 통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이 전달됩니다. 즉, 심장도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기 위해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한 번의 심장박동을 따라가 보면
심장의 움직임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전기 신호가 시작됩니다
동방결절의 특수한 세포에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집니다.
2단계. 심방이 수축합니다
심방에 있던 혈액이 심실로 이동합니다.
3단계. 신호가 방실결절을 거칩니다
신호가 잠시 지연되면서 심실이 혈액으로 채워질 시간을 확보합니다.
4단계. 심실이 수축합니다
오른쪽 심실은 혈액을 폐로, 왼쪽 심실은 혈액을 온몸으로 보냅니다.
5단계. 심실이 이완합니다
다시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오면서 다음 박동을 준비합니다.

한눈에 정리
| 심장은 왜 계속 뛸까? | 심장 안의 특수한 세포가 스스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 심장 박동은 어디서 시작될까? | 주로 동방결절(SA node)에서 시작됩니다 |
| 전기 신호는 어디로 갈까? | 심방 → 방실결절 → 심실 방향으로 전달됩니다 |
| 전기 신호는 왜 필요할까? | 심장근육의 수축을 조절해 혈액을 효과적으로 펌프질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
| 심장은 왜 운동할 때 빨리 뛸까? | 운동할 때 몸이 더 많은 혈액과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
| 심장이 내는 '쿵쾅' 소리는 무엇일까? | 주로 심장 판막이 닫히면서 발생하는 심장음(S1, S2)입니다 |
| 심장은 언제 멈출까? | 정상적인 심장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하지 않아도 계속 박동합니다 |
심장은 단순한 펌프가 아닙니다
심장을 단순히 "피를 밀어내는 펌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심장은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정교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동방결절의 세포가 전기 신호를 만들고, 그 신호가 심장 전체로 전달되고, 심장근육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수축하고, 판막이 열리고 닫히면서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우리가 잠든 동안에도 반복됩니다.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는 것도, 결국 혈관 손상 부위에서 지혈이 일어나는 것도 결국 심장이 계속 혈액을 순환시키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과정입니다. 심장이 혈액을 계속 순환시키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적혈구와 헤모글로빈도 몸속을 계속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쿵쾅'에도 생물학이 있습니다
가슴에 손을 올리면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 운동을 하고 나서 빨라지는 심장 박동. 긴장했을 때 갑자기 크게 느껴지는 쿵쾅거림.
이 모든 현상 뒤에는 단순히 심장근육이 수축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심장 안에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고, 그 신호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전달되면서 심장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장은 우리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박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이 시리즈에서는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는 지혈 과정, 피부 아래에 생긴 멍이 색을 바꿔가며 사라지는 과정, 그리고 그 피가 왜 빨간색인지를 차례로 살펴봤습니다. 이번엔 그 피를 온몸으로 밀어내는 심장 이야기까지 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심장 박동을 느끼지만, 평소엔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쿵쾅"이라는 아주 익숙한 움직임 하나에도 전기 신호와 근육, 혈액과 판막이 함께 움직이는 복잡한 생명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생명은 왜 그럴까」**에서는 앞으로도 평소엔 너무 익숙해서 지나쳤던 현상을 하나씩 꺼내어 보겠습니다. 당연하게 보였던 것을 다시 바라보면, 그 안에서 생명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 자료
-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NHLBI), How the Heart Works – How the Heart Beats
- NHLBI, How the Heart Works – The Heart
- NHLBI, How the Heart Works – How Blood Flows through the Heart
- NCBI Bookshelf, In brief: How is the heart rhythm regulated?
- NCBI Bookshelf, Physiology, Sinoatrial Node
- NCBI Bookshelf, Physiology, Cardiac Cycle
이 글은 정상적인 심장 박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생물학 정보입니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뛰는 느낌이 반복되거나, 심한 흉통·호흡곤란·실신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인터넷 정보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