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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왜 빨간색일까?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에 숨은 비밀

by leenohouse 2026. 9. 7.

피는 왜 빨간색일까? 

피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색입니다.

상처가 나면 빨간 피가 보이고, 피가 묻은 휴지를 봐도 역시 빨간색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엄마, 근데 피는 왜 빨간색이야?"

생각해보면 단순한 질문인데, 막상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조금 어려워집니다. "피에는 철분이 있어서 빨간색이야"라고 대답하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설명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피는 왜 빨간색일까요?

지난 글에서는 상처가 생겼을 때 피가 나고 결국 멈추는 지혈에 대해 알아봤고, 그다음 글에서는 피부 아래 작은 혈관이 손상되며 생기는 멍과 색이 달라지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상처가 나면 왜 피가 나고 결국 멈출까? 우리 몸의 지혈 원리멍은 왜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달라질까? 혈액이 피부 아래에서 변하는 과정

이번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우리가 매일 보는 '피의 빨간색'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혈액은 빨간 액체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피라고 부르는 혈액은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여러 성분이 섞여 있는 조직입니다.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혈장(plasma)**이고, 그 안에 여러 종류의 혈액세포가 떠다닙니다.

  •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백혈구
  • 출혈을 멈추는 데 중요한 혈소판

이 가운데 혈액의 붉은색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 바로 적혈구입니다. 정확히는 적혈구 안에 많이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적혈구 안에는 헤모글로빈이 있습니다

적혈구는 우리 몸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숨을 쉬면 산소가 폐로 들어오고, 폐에 도착한 산소는 혈액을 통해 몸 곳곳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헤모글로빈(hemoglobin)**입니다.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작은 운송 차량이라면, 헤모글로빈은 그 차량에 실려 산소를 붙잡고 나르는 운반 장치와 같습니다.

적혈구 → 헤모글로빈으로 이어지는 확대 이미지
적혈구 → 헤모글로빈으로 이어지는 확대 이미지

헤모글로빈에는 '헴'이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가 아닙니다. 네 개의 글로빈(globin) 단백질 사슬과 **헴(heme)**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헴에는 **철 원자(Fe)**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하나의 헤모글로빈 분자에는 헴이 네 개 있고, 각 헴에 철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헤모글로빈 하나는 최대 네 개의 산소 분자와 결합할 수 있습니다.

헤모글로빈 → 헴 → 철 → 산소와 결합

여기서 많은 사람이 한 가지를 잘못 알고 있습니다. **"철이 있으니까 피가 빨간색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철 자체의 색 때문에 피가 빨간 게 아닙니다. 헤모글로빈의 헴 구조와 그 안의 철을 포함한 분자 구조가 빛을 흡수하는 특성 때문에 혈액이 우리 눈에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특히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했는지에 따라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혈액의 붉은색도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산소가 많은 피와 적은 피는 색이 조금 다릅니다

혈액은 몸속에서 계속 이동합니다.

폐에 들어온 혈액은 공기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산소를 많이 가진 상태로 몸의 조직을 향해 이동합니다. 이때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하면 혈액은 더 밝고 선명한 붉은색, 흔히 말하는 선홍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그 혈액이 몸속을 돌면서 조직에 산소를 전달하면 헤모글로빈에 결합해 있던 산소 일부가 떨어져 나옵니다. 그러면 산소가 적어진 혈액은 산소가 많은 혈액보다 더 어둡고 짙은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두 경우 모두 빨간색이라는 사실입니다. 산소가 적어진 혈액이 파란색으로 변하는 건 아닙니다.

상태 색

산소가 많은 혈액 더 밝은 붉은색 (선홍색)
산소가 적은 혈액 더 어둡고 짙은 붉은색

둘 다 실제로는 빨간색입니다.

그런데 정맥은 왜 파랗게 보일까?

팔이나 손등의 혈관을 보면 파란색 또는 초록빛이 도는 혈관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맥에는 파란 피가 흐르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맥 속 혈액이 파란색인 건 아닙니다. 정맥혈도 붉은색입니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은 혈액의 실제 색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혈관이 피부 아래에 있고, 빛이 피부와 조직을 통과하면서 흡수되고 산란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혈관이 푸른색이나 초록색 계열로 보일 수 있습니다.

파랗게 보이는 혈관 ≠ 파란 피. 눈에 보이는 색과 실제 혈액의 색은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산소가 많은 선홍색 혈액과 산소가 적은 짙은 붉은색 혈액, 그리고 피부 위로 파랗게 보이는 정맥의 비교
산소가 많은 선홍색 혈액과 산소가 적은 짙은 붉은색 혈액, 그리고 피부 위로 파랗게 보이는 정맥의 비교

혈액 속 철은 왜 중요한 걸까?

철을 피를 빨갛게 만드는 단순한 "색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핵심 구성 요소로 이해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헤모글로빈의 헴 안에 있는 철은 산소와 결합할 수 있습니다. 폐에서 산소를 받아들인 헤모글로빈은 혈액을 따라 이동하고, 조직에 도착하면 산소를 내려놓습니다. 그렇게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철은 단순히 혈액의 색과 관련된 성분이 아니라, 우리 몸의 산소 운반이라는 중요한 기능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성분입니다.

혈액이 빨간 것은 산소를 나르는 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체 흐름을 한 번 연결해보면 이렇습니다.

숨을 쉰다 → 산소가 폐로 들어간다 → 폐에서 산소가 혈액으로 이동한다
→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한다 → 산소를 가진 혈액이 온몸으로 이동한다
→ 조직에 산소를 전달한다 → 산소가 적어진 혈액이 다시 폐로 돌아간다
→ 다시 산소를 받아 새로운 순환을 시작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보는 피의 빨간색은 단순한 외형적 특징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산소 운반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는 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멍의 색이 달라지는 것도 헤모글로빈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멍도 이제 조금 다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멍은 피부 아래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주변 조직으로 새어 나와 생깁니다. 그 안에는 적혈구와 헤모글로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는 시간이 지나며 손상되고 분해되기 시작하고, 그 안에 들어 있던 헤모글로빈도 몸속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헤모글로빈의 헴 부분은 여러 단계의 분해 과정을 거치며 빌리베르딘(biliverdin), **빌리루빈(bilirubin)**과 같은 물질로 이어지고, 이런 변화가 멍의 색이 시간에 따라 달라져 보이는 데 영향을 줍니다.

멍은 왜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달라질까? 혈액이 피부 아래에서 변하는 과정

물론 멍의 색 변화는 헤모글로빈 분해산물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혈액이 조직의 어느 깊이에 있는지, 주변 조직의 특성은 어떤지, 빛이 조직을 통과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모든 멍이 똑같은 색 순서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색만 보고 정확히 언제 생긴 멍인지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더 깊이 보기: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

지금까지는 최대한 쉽게 설명했습니다. 조금 더 생물학적으로 보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매우 정교한 단백질입니다.

하나의 헤모글로빈에는 헴이 네 개 있고, 각 헴에는 철 원자가 하나씩 존재합니다. 산소는 이 철과 가역적으로 결합할 수 있습니다. 폐에서는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결합하고, 말초 조직에서는 산소 농도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산소를 내려놓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헤모글로빈은 폐에서 조직까지 산소를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산소가 결합한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은 헤모글로빈은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혈액에서 보이는 붉은색의 밝기와 색조에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적혈구 → 헤모글로빈 → 헴 → 철 → 산소

 

적혈구부터 헤모글로빈, 헴, 철, 산소 결합까지 이어지는 구조 확대 도식
적혈구부터 헤모글로빈, 헴, 철, 산소 결합까지 이어지는 구조 확대 도식

이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왜 피는 빨간가?"라는 질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왜 우리 몸에는 헤모글로빈이 필요한가?"라는 질문까지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눈에 정리

피가 빨간 이유는? 적혈구 안의 헤모글로빈이 혈액의 붉은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헤모글로빈은 무엇을 할까? 폐에서 산소를 받아 몸의 조직으로 운반합니다
헤모글로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글로빈 단백질과 헴 구조가 있으며, 각 헴에는 철 원자가 하나씩 들어 있습니다
철이 빨간색이라 피가 빨간 걸까? 아닙니다. 철 자체의 색이 아니라 헤모글로빈의 분자 구조가 빛을 흡수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산소가 많은 피는 어떤 색? 더 밝고 선명한 붉은색(선홍색)입니다
산소가 적은 피는 어떤 색? 더 어둡고 짙은 붉은색입니다
정맥 속 피는 파란색일까? 아닙니다. 정맥혈도 붉은색이며, 피부를 통해 푸르게 비쳐 보일 뿐입니다
멍 색이 변하는 것과도 관련 있을까? 네. 혈관 밖으로 나온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의 변화가 멍의 색 변화에 관여합니다

피 한 방울에도 생명의 원리가 들어 있습니다

피를 보면 우리는 그냥 "빨간 피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혈액 속에는 적혈구가 있고, 적혈구 안에는 헤모글로빈이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에는 헴이 있고, 그 안에는 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철은 산소를 붙잡고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폐에서 산소를 받아 온몸으로 나르고, 다시 산소가 적어진 상태로 폐로 돌아오는 동안 헤모글로빈의 상태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빨간색"이라는 하나의 특징에도 생명의 중요한 기능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피는 왜 빨간색일까?" 하지만 이 질문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적혈구, 헤모글로빈, 헴, 철, 산소 운반이라는 우리 몸의 중요한 생물학적 이야기까지 만나게 됩니다.

앞에서는 상처에서 피가 나는 이유와 지혈을 살펴봤고, 그다음엔 피부 아래에 생긴 멍과 색 변화를 알아봤습니다. 이번엔 그 피가 왜 빨간색인지 들여다봤습니다.

「생명은 왜 그럴까」에서는 앞으로도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작은 궁금증을 하나씩 꺼내어 생물학의 눈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엔 또 다른 "왜?"를 만나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 National Institute of General Medical Sciences (NIGMS), Roses Are Red, and So Is Blood
  • NCBI Bookshelf, Biochemistry, Hemoglobin Synthesis
  • NCBI Bookshelf, Physiology, Oxygen Transport
  • MedlinePlus, Hemoglobin

이 글은 혈액의 색과 헤모글로빈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생물학 정보입니다. 건강이나 질병에 관한 개인적인 판단이나 진단을 위한 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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